파병 반대가 진짜 국익이다
- 파병 반대 최선의 전략은 국회의 농성전이다

미국이 전투병을 추가로 파병해줄 것을 요청해서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파병 논란 때 정부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관계의 복원 필요성이라는 국익을 위해 파병을 선택했고, 이 선택의 부당성을 토로하면서도,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때와는 현격히 다르다. 대량살상무기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고, 이라크 현지의 사정도 무척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추가 파병 요구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많은 이들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불가피함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이 이 땅의 서글픈 현실이고, 이를 마냥 덮어두고 외면할 수도 없다. 미국의 으름장을 감당할 만큼 우리네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보니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진퇴양난의 형국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미국의 협박을 정부가 거절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동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추가 파병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국회가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파병도 막고, 체면치레도 하는 궁상맞은 전략이 최선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회의원 잘못 뽑은 것이 이럴 때 후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지금의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사와 국익을 잘 반영해서 파병동의안에 임할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한 1차적 결정은 정부가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운신의 폭이 좁을 때는 국회가 대신 움직여줘야 한다. 사실 국회가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전쟁에서 요격전에서 실패하면, 농성전으로 옮겨와야 한다. 정부가 들판에서 목책 쌓아가며 눈치껏 버티다가 결국은 성으로 퇴각해 들어오면, 국회가 불화살과 돌을 굴려가며 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런 일도 못하면서 군량미 축내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것은 과연 모르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슬프게도 이런 익구의 바람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지난 파병동의안 처리 때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소수였듯이, 이번에도 상황은 별반 나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파병 찬성하고 국회가 파병동의안 부결시키는 것이 가장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지금으로서 파병을 막는 것은 대통령이 거부하는 방도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최선이 될 파병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조금 끌다가 가결시켜버리는 지난번의 재판이 될 개연성이 높다.


파병 찬성을 하는 입장도 충분히 존중한다. 대신 순서를 지켜야 한다. 우선 헌법 5조 1항의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는 문구를 변경하는 개헌절차부터 밟는 것이 순리 아닌가. (혹자들은 5조 1항의 앞부분인 ‘국제평화의 유지’나 헌법 전문의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이라는 문구까지 변경하자고 주장할지 모르나 너무 자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있을지 모르는 파병 딜레마 때마다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느니 이번 기회에 개헌논쟁으로 한 번에 끝내는 것도 좋겠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열혈 파병론자들은 이 파병이 침략적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외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파병불가피론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으로 해명을 할 것이다. 현실적 불가피론을 인정한다. 다만 공론의 장에서 좀 더 솔직하게 말해달라. ‘침략 전쟁이 맞습니다. 맞고요. 그렇지만 미국의 공갈이 꽤 위협적이지 않습니까. 당장 급한 불부터 끕시다.’라고 터놓고 말하고 한바탕 논쟁을 벌여보자. 국익을 내세워 그 뒤로 숨기보다는 진심으로 이 땅의 현실을 놓고, 파병 반대든, 찬성이든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지만 익구가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까닭은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국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냉혹한 국제 정치에서 명분만을 부여잡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정부의 난감한 입장이 역지사지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반대하는 마음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는 일단은 자기 생각대로 주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6(^.^)9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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