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법 개정안 검토

2011. 12. 21. 18:49 |

대법원, 법무부의 행정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의 확대에 대해서만 공부한 잡글입니다.

 Ⅰ. 원고적격 확대에 대한 탐구

  1. 판례의 원고적격 확대 경향

  대법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의 판례는 원고적격에 관한 현행법상의 ‘법률상 이익’을 “당해 처분의 근거법규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라고 해석해 국민이 권익구제를 받을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고 판례의 태도를 정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새만금사업 등과 관련한 판례에서 근거 법규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에 보호되는 이익도 원고적격에 포함하고, 지리적인 영향권 밖의 주민들도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나 침해 우려를 입증하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아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대법원 개정안의 판례 해설과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할 것이며,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이 생기는 경우에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3.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때문에 판례의 해석을 통해 원고적격을 확대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부 개정안 논의에서 원고적격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현행 규정을 유지한 것도 이런 견해의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원고적격 확대의 방법론에 있어서 판례를 통한 점진적 확대 쪽을 선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객관소송적 기능을 하는 단체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이나 정보공개청구소송과 같은 유형에 대한 원고적격이 개별 입법에 의하여 도입되는 방식을 원고적격에 대한 일반적 규정의 개정을 통해 판례의 해석을 기다리는 방식보다 선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이희정, 「行政訴訟法 改正(案) 중『原告適格』에 관하여」, 『고시계』 제52권 제12호 (통권 610호), 고시계사, 2007. 11, 33면).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우회적이어서 국민의 권리구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려는 행정소송법 개정 의도와는 부합하지 않으며, 행정청의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원고적격의 점진적 확대를 고안한 것이라 판단된다.


  2. 원고적격 확대 입법의 필요성

  판례가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함으로써 원고적격을 확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률상 이익’이 ‘권리’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리 해석의 원칙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행정재판실무상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갖추는 것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판례의 태도는 원고적격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 이에 대판 비판이 계속 제기되었고, 입법론이 추진된 것임을 상기할 때 법원의 해석을 통한 원고적격 확대에 기대기보다는 입법을 통해 해결함이 바람직하다.


  대법원 개정안의 ‘법적으로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할 경우 처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명예ㆍ신용회복, 헌법상 기본권 등 일반적 법규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보호되는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등에도 원고적격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법적으로’라는 문구를 붙인 것도 사실상 이익이나 반사적 이익이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방점은 ‘정당한 이익’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 개정안은 주관소송과 객관소송이 절충된 항고소송의 성격과 현행 행정소송법 해석의 다수 견해인 법률상 보호이익설보다 원고적격을 확대하려는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호가치 이익설(소송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구제설)’에 가까운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고적격의 문제는 소송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송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본안의 판단까지 갈 수 없도록 막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법상 권리구제는 반드시 행정쟁송을 통해 승소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송법상 기각과 각하가 준별되는 만큼 행정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권리구제에 어느 정도 이바지하는 바가 있으며, 현대 행정에서 원고적격이 모호한 경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본안판단까지 해서 이익의 침해 여부를 따져야 할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본안전판단에서 미리 이익 침해가 있느냐 없느냐를 다 확정하게 되면 본안판단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장경원, 「환경행정소송(環境行政訴訟)과 제3자의 원고적격(原告適格)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을 중심으로」, 『환경법연구』 제33권 2호, 한국환경법학회, 2010, 374면).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개정안은 원고적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본안판단까지 가서 이익의 침해를 판단할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다만, 정당한 이익 개념은 법률상 이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어디까지 확대된 것인지에 대한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현행 판례 이론의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이라는 기준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고적격 확대의 입법 취지는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행정청(피고)의 이익으로’ 해석하던 관행을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국민(원고)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다.


Ⅱ. 대상적격 확대에 대한 탐구

  1. 새로운 행정행위 개념의 적절성 검토

  대법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법의 ‘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으로 ‘사실상’의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행사에 대하여는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협의의 처분인 강학상 행정행위뿐만 아니라 사실행위, 법규명령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 개정안 해설에는 권력적 사실행위만을 열거하고 있지만, 비권력적 사실행위의 상당수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법 개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판례는 처분적 조례나 처분적 고시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권력적 사실행위나 대부분의 처분적 행정입법에 대하여 처분성을 부인해왔다. 대상적격 확대 문제도 원고적격 확대와 마찬가지로 기존 법문의 해석을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법무부 개정안도 현행 조문을 유지함으로써 이런 입장에 서있는 것을 보인다. 하지만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대법원 개정안은 다양한 행정작용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포착하기 위해 현행 ‘처분’ 개념 대신 ‘행정행위’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행정청이 행하는 법적․사실적 행위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는 개념 정의는 강학상 행정행위 개념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용어로서 학계의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체법상 행정행위와 소송법상 행정행위 개념이 분리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행위등’이라는 용어를 관철하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용어 정의에 있어서는 좀 더 정제된 표현이 요구된다. 차라리 ‘행정행위, 사실행위, 법규명령 등’이라고 풀어서 서술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2. 법규명령에 대한 항고소송의 문제

  특히 현행 조문에서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이라는 요건을 삭제함으로서 ‘행정행위등’에 집행행위 외에도 입법행위도 포함하도록 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즉 행정입법인 ‘명령등’에 대한 항고소송을 인정한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개정안 해설은 집행행위에 대한 항고소송의 제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법규명령 등에 대한 권리구제 폭을 넓혔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르면 법규명령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법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행정행위등에 포섭되는 법규명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법규명령에 대한 항고소송을 인정하면 법규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대법원 개정안에 따라 헌법소원의 대상은 줄어들더라도 권리구제의 공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항고소송보다 객관소송 성격이 강한 헌법소원의 영역이 일정 부분 남아 있으며, 헌법소원에서는 항고소송에서 보다 청구인적격(직접성, 현재성)과 권리보호의 이익이 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균성, 「處分과 命令에 대한 抗告訴訟」, 『고시계』 제52권 제11호 (통권609호), 고시계사, 2007. 10, 22면). 항고소송과 헌법소원의 상충 문제 때문에 어느 기관이 법규명령에 대한 심사에 적합하냐는 논의도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배제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입법하여 위헌 논란을 비롯한 부수적인 논쟁들을 정리하기를 희망한다.


  법규명령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하고 나서 다시 원고적격이나 소의 이익 등을 통해 다툼을 차단한다면 행정소송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음미할 만하다(홍준형, 「행정소송법 개정의 내용과 방향」, 『월간 법제』 2005년 10월호, 법제처, 2005. 10.). 이와 더불어 행정입법의 제․개정 과정에서 절차적인 통제를 통해 사전적인 권리구제가 좀 더 강화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법규명령에 대해서도 의무이행소송이 가능한 것은 입법 형성의 자유를 훼손할 여지가 있으며 권력분립에 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별도의 소송 형태를 고안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대법원 개정안이 ‘명령등의 취소소송의 특례’를 신설하여 법규명령의 특수성을 감안한 자세를 의무이행소송에서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Ⅲ. 결어

  대법원 개정안의 원고적격 확대는 용어상의 다툼이 있겠으나 대체적인 취지에 동감하며 복잡다기한 행정현실을 반영한 타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적격을 확대하기 위해 소송법상 행정행위 개념을 창설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사실행위를 포함한 것은 적절한 입법이며 특히 실질을 반영해 행정지도와 같은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서도 다툴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법규명령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는 의견의 대립이 심하고 부수적인 문제가 결부된 만큼, 장기간 계류 중인 행정소송법 개정의 통과를 위해 현시점에서는 보류하거나 적어도 의무이행소송에서는 제외할 것을 제안한다. 행정행위(협의의 처분)와 사실행위라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도 국민의 권리구제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 - [無棄]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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