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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3.26 Korea Discount 해결을 위해
지금도 경영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지금보다 더 모르는 것이 많았던 대학교 새내기 시절 경영학원론에 해당하는 현대기업경영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재무관리 부분 강의에서 장하성 교수님의 Korea Discount에 대한 논문을 접했다. 재벌구조에 대한 많은 논란 중에 아직 어느 것이 더 적절한지 잘 모르겠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장하성 교수님의 논문을 접하고 감명을 받을지라 그쪽에 무게중심이 더 있음도 솔직히 고백한다. “기업 지배구조는 단순한 경제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가치와 자본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구절에서 얼마나 가슴이 시렸던가.


Korea Discount는 한국기업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장하성 교수님의 [Korea Discount와 기업지배구조] 논문을 소거법의 전개로 정리해봤다.


1) 할인율은 기업의 자산이나 이익에 내재된 위험을 반영한 것이다. Korea Discount는 우리 기업이 다른 경쟁국가보다 높은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을 말한다. 국제간의 기업가치의 평가에 반영되는 위험은 크게 국가위험, 산업위험, 그리고 기업위험이 있다.

2) 국가위험이 높기는 하지만 국가신용등급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고 있지는 않다. 산업위험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 따라서 우리기업의 저평가 현상은 기업차원의 위험에서 찾아야 한다.

3) 기업위험은 영업위험, 재무위험, 기업지배구조위험이 있다. 이익의 변동성이 큰데서 비롯되는 영업위험과 부채비율이 높은데서 비롯되는 재무위험이 특별히 더 크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및 책임성과 관련된 기업지배구조 위험을 검토해야한다.


최근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Korea Discount는 실체가 없으며 기업지배구조 때문이 아니라 “낙후된 회계관계, 부적절한 시장개입, 부패 등이 신흥시장국에 공통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안보위협, 정치적 불안, 소모적 노사관계, 투자부진에 따른 성장탄력의 둔화 등에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냈다. 아울러 한국적 환경에서는 소유-경영 분리의 영미식 지배구조보다는 지금 같은 오너 경영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너무 일방적으로 재벌기업들을 옹호하는 듯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달갑지 않다고 해서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훌륭한 연구소에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에게 쓴소리도 시원하게 하는 것을 너무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든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기업지배구조 문제 제기에 사측에서 “순이익 100달러의 실적을 거둔 기업의 지배구조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의 대상”이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자부심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나갈 때일수록 경계하고 혁신하는 것을 모를 이 없을 것이다.


그간 Korea Discount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적된 열악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재별개혁이 당위적으로 받아들여진 감이 없잖아 있다.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어 경영 투명성이 높여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절대적 수단은 아닐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지적대로 글로벌 스탠더드랍시고 받아들인 각종 제도와 기준이 절대선은 더더욱 아니다. 최소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부정, 부패, 비리가 없는 선에서 한국식 지배구조를 모색해볼 필요도 있다(이 대목은 이필상 교수님의 강의에서 따왔다). 기업지배구조에는 명확한 해답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는 소수 지배주주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전체 주주가 참여하는 의사결정으로 바뀌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변화가 너무 더디다고 뾰로통하지만, 변화를 감내하는 기업들은 적잖이 곤란할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항변대로 Korea Discount는 기업만의 탓도 아닐 공산이 크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정부기관, 공기업들은 나몰라라하면서 애꿎은 민간기업만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비단 기업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혀 사회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룰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그 핵심이 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며, 정치권도 경제권력과의 유착을 끊고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가 일한 만큼의 제 값을 받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들의 지혜를 모아 다방면으로 궁리하고 힘쓸 때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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